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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화. 템퍼 매트리스 단점을 보완한 메모리폼 매트리스, 슬라운드 매트리스
    매트리스 개발기 2019. 2. 14. 23:22


    우리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나도 스프링 매트리스를 썼었다. 대대손손 스프링 매트리스를 쓴 이유는 특별할 게 없다. 남들 다 쓰는 거니까,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불편한 점이 꽤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은 자세로 보내다보니 밤에 자려고 누우면 허리가 욱씬거렸다. 오른쪽으로도 누워보고 왼쪽으로도 누워보고 정자세로도 누워보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지쳐서 잠들기 일쑤였다. 스프링 매트리스가 내 몸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서 생긴 불편함이었다.


    (스프링 매트리스는 하루 동안 지친 내 허리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사용하게 됐고 스프링 매트리스를 썼을 때 느꼈던 불편함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됐다. 메모리폼 매트리스에서는 똑바로 누워자도 통증 없이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꽤 다양한 브랜드의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사용해봤는데 그중에는 캐스퍼도 있었다. 나와는 썩 맞지 않았었다.)


    다른 누군가도 느끼고 있을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개발하게 됐다. 이제야 국내에서도 하나 둘씩 메모리폼 매트리스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지만 우리가 처음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개발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메모리폼 매트리스 시장은 미개척지였다. 메모리폼 매트리스=템퍼 매트리스 라고 인식할 정도였으니까…


    (개발 초기에는 템퍼 매트리스가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갈 길 가자! 라며 마음을 다잡았던 그때...)


    메모리폼 매트리스로 템퍼 매트리스가 유명한 건 알겠는데 왜 유명할까? 비싼 가격만큼 품질이 좋아서? 아니면 마케팅을 잘해서? 템퍼 매트리스를 종류별로 구매해 직접 사용해보기도 하고, 이미 템퍼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있는 분들을 모아서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품질 좋은 템퍼 매트리스도 한국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침대는 직접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종류 별로 템퍼 매트리스를 구매해서 몇 달간 사용해봤다.)


    [템퍼 매트리스, 직접 사용해보니 어떠셨어요?]

    1. 여름에 너무 덥다.

    실제 템퍼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 단점이다. 왜 템퍼 매트리스는 여름에 더운 걸까? 템퍼 매트리스는 유럽에서 개발되었는데 유럽의 날씨와 한국의 날씨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여름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한국과 다르게 유럽의 여름은 25도 선에 머문다. 여름에 사용하면 더울 수 있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템퍼 매트리스 사용 후기를 보면 여름에 덥다는 의견을 많이 볼 수 있다.)


    2. 겨울에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만 찾아오면 집집마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전기장판을 깔아둔다. 나 역시 한 겨울에 전기장판은 필수다. 그런데 템퍼 매트리스 위에는 전기장판을 깔 수 없다. 메모리폼은 입자가 매우 촘촘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일단 한번 열이 가해지면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폼에 손상이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장판 사용을 권하고 있지 않다.



    (실제 템퍼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 내용. 템퍼 매트리스는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할 수 없다.)


    3.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템퍼는 유럽인의 체형에 맞춰 개발되었다. 골반이 넓고 둔부가 발달한 신체를 완벽하게 지지하려면 메모리폼의 두께가 두꺼워야 한다. 그래서 템퍼는 상단에 두꺼운 메모리폼을 사용했다. 이런 매트리스를 동양인이 사용할 경우 침대에 깊게 잠기게 되는데 몸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할 뿐더러 활동성이 떨어진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몸의 굴곡에 맞춰 모양이 변한다. 이때 견고한 지지력이 없다면 매트리스에 몸이 파묻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슬라운드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개발 방향은?]

    직접 템퍼 매트리스를 사용한 고객을 만나면 만날수록 제품 개발 방향이 확실해졌다. 템퍼 매트리스는 해외 브랜드인만큼 우리나라 날씨와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매일 공장을 드나들며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공부하다 보니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1. 여름에는 쾌적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결국 공기 순환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통기성이 우수한 폼을 상단에 위치시킨다면? 여름에는 쾌적하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쓸 수 있어서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폼은 구멍이 빽빽하고 닫혀 있는 구조였다. 당연히 공기가 통할리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공기가 통할 수 있게 구멍 사이에 공간도 주고 열린 구조로 형태를 바꿨다.


    (슬라운드 메모리폼의 모습. Open-cell 구조로 여름에도 덥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2. 견고한 지지력을 느낄 수 있게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몸의 굴곡에 맞춰 모양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때 지지력이 있어야만 누웠을 때 빈틈없이 몸을 받쳐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전체가 메모리폼으로 구성 되어서 있어서 잠기는 느낌이 든다. 슬라운드는 고탄성 폼을 배치해서 잠기는 느낌을 줄였다. 그래서 누웠을 때 진흙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첫 느낌은 부드럽지만 뒤로 갈수록 견고하게 몸을 지지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냥 부드럽기만 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견고한 지지력이 메모리폼의 핵심!


    (누워만 봐서는 알 수 없다. 폼 위에서 뛰어도 보고 굴러도 봐야…)


    개발 방향에 맞춰 수백 개의 샘플을 만들고 체험했다. 레이어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용감이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그 미묘한 차이가 어디서 생긴 건지 분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중에는 수십 명의 지인을 불러서 체험시키기도 했다. 개발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의 사용감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들고 - 체험하고 - 분석하고 - 다시 만들고… 이 과정을 무한대로 반복하다보니 만족스러운 레이어링 조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템퍼 매트리스의 단점을 개선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만들기는 만들었는데 이걸로 충분한 걸까?


    (최적의 레이어링 조합을 찾아내는 데에 빨리 가는 길은 없었다.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바꿔가며 수십 번 누워보는 방법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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