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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메모리폼 매트리스, 18년차 엔지니어가 만든 건 뭔가 달랐다매트리스 개발기 2019. 2. 13. 21:41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 침대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 가구점을 돌아다니면선 느꼈던 찜찜함을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순탄대로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길이 안 보일 줄은 몰랐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단 한 개라도 만들어야 팔 수 있을텐데 그 단 한 개를 만들어줄 마땅한 공장을 찾는데 이렇게 애먹을 줄이야…
(슬라운드 매트리스 초기 개발 방향이 담긴 노트 일부분.)
아들뻘 되는 우리가 신경 쓰이셨는지 대리점 사장님께서 업계 1위 미국 메모리폼 매트리스 브랜드를 키워낸 국내 소재 엔지니어 한분을 소개해주셨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감은 없었다. 전국의 매트리스 공장을 돌아다니며 목격한 업계의 충격적인 관행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다닌 공장과 다를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우리였으니 일단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공장에 도착한 순간 기대감이 생겼다. 이제껏 돌아다닌 공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메모리폼이 눈에 띄었다. Youtube에서만 봤던 메모리폼 생산 과정에 필요한 기계들도 창문 너머로 보였다. 여기라면 우리가 원하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지런하게 재단되어 있는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모습. 우리도 곧…?)
공장장님을 처음 만났던 게 재작년 겨울인데 아직도 첫인상이 생생하다. 공장장이라기 보다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집요하게 몰두하는 연구원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어쩌다가 메모리폼 매트리스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첫인상부터 남달랐던 공장장님은 우리에게 던진 질문도 남달랐다. 보통 생산 단가부터 얘기하고는 했었는데 공장장님은 우리가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셨다. 많은 공장을 돌아다녀봤지만 숫자가 아닌 생각을 나눈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장장님의 메모리폼 매트리스 생산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다.
(많은 공장 관계자분들과 미팅을 진행했지만 이날처럼 재밌었던 적은 없었다.)
“저는 대충 만들어서 반짝 팔아치우는 사람들이랑은 일 안 합니다. 내가 아무리 잘 만들어줘도 결국은 자기들 마음대로 싸구려로 바꿔버리더라고요. 오래 가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돼요. 대충 만들어서 한철 장사할 생각이면 사람 잘못 찾아왔어요.”
(모든 게 정돈되어 있고 깔끔했던 공장 내부. 이런 모습에 신뢰도가 팍팍 생겼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질 좋은 제품에 대한 고집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영국계 회사에서 10년 넘게 폴리우레탄 소재를 연구하고, 미국 1위 메모리폼 매트리스 업체의 제품을 창업 초기부터 8년간 함께 개발한 경험에서 나온 고집이었다.
그래, 이 사람이다.
제품에 대한 우리의 높은 기준을 적당히 낮춰야 하는 걸까? 밤낮으로 고민했던 게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자 딜레이 되기만 했던 메모리폼 매트리스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슬라운드 매트리스가 생산될 걸 상상하며 무척 설레었다.)
몇 달 전까지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는데 매일 같이 사무실이 아닌 공장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새로웠다. 출근 후에는 앉아 있기 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일이 많았다. 어떤 재료를 얼만큼 써야 최적의 사용감을 구현할 수 있을지, 내구성은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안전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한 제조 방법은 뭐가 있을지.... 직접 발로 뛰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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